2008 비전 학생 예수캠프 후기 #2
오전 10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 준비를 위해 몇몇 교사들은 8시 30분에 미리 모여 각종 준비물들을 챙기고 학생들에게 연락하며 2박 3일의 일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노파심 많은 할머니처럼 했던 말 또 하고, 챙겼던 준비물을 한 번 더 확인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은 9명이다. 학생회 소속의 박찬일(중3), 김민정(중3), 이한재(중2) 그리고 주일학교 6학년 학생인 강민정, 김권, 김은혜, 김지현, 서진희, 정은수다. 은수는 한재 사촌 동생으로 대구에 사는데 수련회 참석을 위해 잠시 들렀다고 한다. 다른 6학년 학생들도 참여하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과의 휴가 때문에 함께하지는 못했다. 다음 기회에는 꼭 같이 참석했으면 한다.
목적지는 경남 수산에 위치한 영광 기도원이다. 거의 1시간 30분을 달렸다. 6학년 학생들의 차멀미로 잠시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미리 준비해 둔 멀미약을 먹지 않고 출발했던 것이다. 짧은 거리임에도 그렇게 멀미를 하는 것을 보니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교외에도 자주 다녀보지 못한 아이들이 이번 수련회를 얼마나 기대할지 짐작이 갔다. 다만 걱정인 것은 물놀이만 생각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짜여 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여야 하는 일정과 저녁마다 있을 집회 시간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또,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마음이 상한 채 2박 3일을 보내지나 않을까 괜히 미안하기까지 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 속 깊이 외딴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도원은 조그만 시골 마을의 좁디좁은 골목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가정집이랑 다르지 않다. 기도원을 운영하시는 목사님께서 사람들이 편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마련한 것이라고 하셨다. 기도원이라는 곳이 특별한 곳에 위치할 필요는 없지만 들뜬 마음을 가지고 온 우리에게는 너무 평범해서 약간은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집을 떠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것 같았다.
수련회 참석을 위한 학생들과 교사, 도우미 등 첫날 도착한 인원은 21명이다. 수련회 대상이 아닌 어린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27명이 이재국 목사님의 인도와 말씀으로 개회 예배를 드렸다. 27이라는 숫자가 학생들만의 숫자였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본다.
개회 예배를 마치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것으로 우리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첫 식사는 앞으로 남은 매 식사를 기대하게 했다. 얼마나 맛있던지...
조 편성과 조별 모임으로 조원들끼리 어색함을 없애는 시간을 가졌다. 정미영 선생님이 조장으로 편성된 1조는 첫 번째 조라는 의미에서 '태조'라는 이름을 지었다. 나라를 건국한 첫 왕이 태조라서 그렇단다. 이정은 선생님이 조장으로 편성된 2조는 나눠준다는 의미로 '주조'라고 지었다. 유보라 선생님이 조장으로 있는 3조는 하나님께 지조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지조'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름을 짓는 자리에 같이 있지 않아서 확실치 않지만 분명히 조장 선생님들의 입김이 강했던 것 같다. 너무 신선하지 못하다. ^^; 어색함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지만 조가(노래)와 조 구호를 짓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은 선생님이 인도하는 협동학습 시간이 이어졌다. 조원 끼리만이 아닌 수련회를 참석한 모두를 알아가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 특정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이름을 적거나 핸드폰 번호의 끝자리가 홀수이거나 짝수인 사람을 찾는 등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또 편을 나누어 게임을 하기도 했다. 신문지를 이용해 줄다리기도 하고 닭싸움도 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6학년 (강)민정이가 중3 (김)민정이를 닭싸움에서 이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강)민정이가 이건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봤더라면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도 몇 사람을 더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더위에도 굴하지 않는다. 먹을 수만 있다면...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마당에서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숯불에 구워 먹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이라 아직 해가 하늘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기온이 족히 30도 가까이 될 것 같았지만 숯불에 불을 붙여 그 주위에 모여 계획대로 진행했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맛보다도 분위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새롭고 기억에 남는다.
유보라 선생님의 찬양인도로 저녁 집회가 시작되었다. 찬양인도를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찬양을 따라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때만큼이나 찬양인도가 힘든 때가 없다. 학생들에게 미리 찬양을 많이 가르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유보라 선생님의 인도는 거침없었다.
이어 말씀 시간이 계속됐다. 말씀은 내가 전했다. 얼마나 고민하며 준비했던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다. 기도보다 고민이 많았던 준비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는 와중에 오직 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는데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종교로서의 하나님이나 교회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그들이 경험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럴만한 능력은 나에게 전혀 없었다. 그 능력을 내 속에서 찾으려 그렇게 시간을 보냈으니 당연히 고민만 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했던 말씀이나 준비했던 어떤 내용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분의 마음을 주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을 마치고 하나님께 우리를 내어 드리고 열어드리도록 기도하였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완전한 방언은 아니지만 입술에서 방언 같은 기도가 나왔다는 고백도 들었다.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고 마음을 드릴 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첫 날 밤은 깊어갔다. 2시간가량 말씀을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몸을 비틀어가며 끝까지 견뎌준 아이들에게 참 감사하다. 그렇게 피곤해 하던 아이들도 모든 일정이 끝나니까 다시 힘이 솟아나는지 수다가 시작되었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대단하기만 하다.
내일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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